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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옥

솔직히 큰 기대를 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적당한 오락영화 정도의 기대는 가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말 하자면, 십년전 영화 '무방비 도시'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난 영화를 보기 전 기본 정보를 알고 들어가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 포스터, 어쩌다 한 번 예고편.

그 연장선에서 오늘도 리뷰를 작성 해 보겠다.

.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네이버 평점이나 댓글평 등을 살짝 봤다. 개중 이선균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기억에 남는다.

겉멋만 들어 어색하더라고.

 

난 좀 다른 생각이었다. 캐릭터는 매우 명확했다.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잔혹한' 조폭을 그려내는것이 목적이었고, 그에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선균은 늘 약간씩 유머러스하거나 비겁하거나 허술한. 어쩌면 그 목소리 톤에서 오는 고정관념을 깨지 못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본다면,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겐 '붓고 또 붓고'를 치던 이선균일 뿐이겠지만, 좋은 시도였고,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각본과 연출의 부족함으로 인해 너무나도 단편적인 캐릭터만 보여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울 뿐.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 힘든 배역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영화 설명에서도 이 배역을 '언더보스'라느니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댄다.

조금만 생각하고 본다면 감정이입 자체가 불가능한 캐릭터다.

그냥 포주일 뿐. 여성 포주이자, 보스의 애첩. 전형적인 인간쓰레기의 표본에 불과하다. 설정대로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감옥행을 결정했다고 하면, 살아온 인생이 쓰레기인지라 죽이고 생 눈을 뽑아가며 감옥에서 세탁할 생각밖에 못하는 구제불능에 지나지 않는다.

 

무슨 의미가 있어 이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저 여자 주연인 영화가 필요해서였을까? 아니면, 여성의 액션이 필요해서였나?

그라인더 액션은 필요이상으로 잔인하기만 했고, 엔딩의 액션씬은 여전히 허술했다.

 

이전에 쓴 영화 '악녀'의 평 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가 망한게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이런 영화가 흥행 해 버린다면, 이런 영화를 또 모르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포장지만 거창한 오로지 돈만 벌자고 나오는 영화는 존재이유가 없다.

이 배역또한 마찬가지다.

대단히 정의로운 척 하던 검사가 외도로 인해 목줄이 채워졌다고 치자.

그 당당하던 인간이 한 순간에 양아치 쓰레기가 되어 사람을 몇이나 죽이고, 총질을 해 대며, 말 몇마디에 죽어가는 사람들, 시체를 보면서도 관계의 우위만 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얼마나 인간에 대한 고찰이 없는 일인가.

 

삼류 범죄영화를 보고 자료조사를 했기에 이따위로 시나리오를 써도 괜찮지 않나 라는 생각을 보는 것 같다.

 

조직폭력배, 기업화, 그리고 검사. 이런 주제를 두고 영화를 만들면, 충분히 흥미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영화가 작품으로써의 가치를 가지고자 한다면, 충분한 조사를 통한 디테일과 의도한 흥미요소가 분명하게 존재해야만 한다.

 

이 영화는 그게 없다.

그저 '검사는 조폭앞에서 언제나 왕이다' 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개같이 날뛰는 인간쓰레기 검사와.

'엄마는 언제나 강하다'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손 씻고 다르게 삽시다를 주구장창 외치는 살인마 포주와.

'내가 죽인놈이 한 말에 깨달음을 얻어'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켜주는거야. 라며 지 머리에 총알박는 행동대장.

지 머리에 총알박힐 때가 되서야 '나 하나면 되지?' 따위의 헛소리를 하는 조직의 보스. 얘는 다 알면서도 수동적으로 가만 있다가 불쌍한 운전기사만 목 꺾어 죽인다. 저따위로 죽을거면 조용히 혼자 죽지.

 

거 세상물정 모르다 질질짜는 아들역의 아이돌은, 자기 몸값 올릴 생각이 없었나보다. 드라마에서 호평받았다고 영화도 잘 될줄 알았나. 한심하다.

 

이 무슨 의미가 있고 공감이 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겠나.

 

정말 후한 점수를 준다면 40점. 그 이상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영화 '리얼'이 낫다. 거긴 15초짜리 눈요기라도 있잖은가.

 

스틸컷 찍을 생각도 나지 않아 몇장 없다.

 

종종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를 보기전에 평점과 관람평을 의식해야하나 생각이 든다. 아쉬울 뿐이다.

 

 

리뷰를 끝내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나 덧붙인다.

작중 눈알뽑힌 적대조직 보스의 아들이 하는 말이 있다.(이 씬도 필요이상으로 잔인하기만 하다.)

"밑구녕 장사로 뒷줄 대면서 불알 단 척 하지 마시죠? 징그럽게."

그래, 결국 이건 포주가 약점잡고 돈놀이해서 느와르인 척 하는 그런 영화다.

대사 하나가 영화 전체를 표현한다고 본다.

 

 

돌아서면 또 욕할게 생각이 난다. 이 영화의 '미옥'은 미옥인건지, 김혜수인건지 구분할 수 없다.

하고 나오는 의상이며, 메이크업이며 왜 그 캐릭터가 그런 모습인 것인지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냥 예쁘고 멋있고 패셔너블 하겠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혜수를 그저 소비할 뿐인, 가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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