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침묵

명현공 2017. 12. 1. 21:01

 

오래간만에 웰 메이드 영화를 한편 봤다.

 

보통 영화를 관람하고나면, 그 영화의 옥의 티. 단점. 거슬리는 부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스토리, 반전, 인물, 연기 등등 어느 것 하나라도 불만족스러운 것을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침묵은 영화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뚜렷한 단점을 찾기보다 영상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영화의 홍보용 영상 및 메인포스터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의 핵심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로인해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약혼자와 딸을 동시에 잃게 된 최민식의 선택과 행동을 보여주고 느껴 되짚어보게 하는것은 종막에 가까워서이지, 그 이전 90분과는 관계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랬기에, 보지 않은 사람에게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포스팅을 시작하며 등록할 스냅샷을 구하기위해 열심히 찾아봤지만, 아버지와, 약혼자와, 딸이 한 씬에 같이 잡힌것은 찾을 수 없다. 아쉽다.

 

 


 

이 영화는 나이 든 남자와, 젊은 약혼자. 그리고 약혼자를 '언니'라고 부르는 딸. 세 사람의 관계를 조명한다.

 

오프닝 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핵심은 '언니' 와 '엄마 안 닮았어.' 이다.

 

 

 

이 영화는 유나(이하늬)가 죽고 임미라(이수경)가 용의자로 체포되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임태산(최민식)이 딸의 변호인으로 최희정(박신혜)를 선임하고 이 후 벌어지는 일들이 70분가량이다.

이 영화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면, 관객수 50만에 적합한 영화라고 봤을 것이다.

 

임태산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노리자는 대형 로펌을 마다하고, 검사와 연이 닿아있고 임미라를 아는 최희정을 선임한다.

사건 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 유일한 인물이다.

 

관객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최희정이 얻는 정보와 동일하다. 그 방식이 후에 다가올 반전을 더 강렬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참 많은 고민을 했다.

 

모든 반전을 말 하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반전이 적당히 소개되지 않는다면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의 평들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듯, 볼 흥미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몇가지 떡밥을 풀고 그 떡밥에 이끌리게끔만 하기로 결정했다.

 

 

키워드는 메인 예고편에도 나온 바 있다.

'무조건 막아야 된다'

그리고, 공개되었지만 영화를 보다 잊게 되는 '부정(父情)'

처음엔 자연스레 임미라가 범인일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차츰 드러나는 정황들로 인해 다른 추측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결국 이 치밀한 계획을 꿰뚫을 수는 없을것이다.

 

 

이 영화는 최민식으로 시작해, 최민식으로 끝난다.

 

이하늬가 초반부에 노래부르는 컷은 의외의 매력이 있다.

 

류준열은.... 쓸데없다. 매력없는 캐릭터에 너무 많은 씬이 할애되었다. 최악. 얼굴도 가려버렸다.

 

우리 검사양반. 명품조연이다. 이 캐릭터가 정말 잘 나왔기에, 임태산도 살았다.

 

변호사 최희정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그래서 잘 안나온 컷을 썼다.

변호사가 아무리 피고가 아닌 의뢰인이라지만, 재판중에 엿을 먹이고도 사무실을 오픈한다. 변호사로써 그다지 유능하지도 않다. 할애된 씬에 비해서 작중 비중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다.

 

사건현장을 보는 최민식. 임태산이다. 국내에서 이름 하나로 각인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영화가 어느정도의 관객수만 넘겼다면, 이 영화는 배우 최민식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을 것.

정말, 멋지고 훌륭한 연기. 아름다웠다. 정말 많은 스냅샷이 있음에도 직접 보는 감동을 위해 아낀다.

 

 

 

영화는 어찌보면 전형적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에 집중하고, 몰입한 관객에게 큰 선물을 선사한다. 억지로 감동하라 강요하기보다는, 그저 사랑을 한 남자의, 한 딸의 아버지의 선택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주는 감동은, 한국영화의 흔한 눈물짜내기와는 달랐다.

 

 

빼 놓으면 섭한 정비서. 냄새 난다. 사람냄새.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일단 깔아놓은 모든 복선을 백퍼센트 확실하게 회수한다. 이것마저? 싶은 대사까지도.

그것을 설명할 말은 '완성도' 뿐이리라.

 

아무 생각없이 보면, 빠져들어 있을 것이다. 대신, 혼자봐야 할 것이다. 수다떨며 보는것은 예의가 아니다.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는 비록 내려갔을 지언정, 아직 보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해서 이 글에 더한 애정이 담긴다.

 

추운 날, 따듯하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