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만지 : 새로운 세계
영화 쥬만지를 기억하는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많은 기대와 우려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이미 이십년도 더 전에 센세이션한 충격을 안긴 작품을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기대는 배신당했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아래의 네 친구와 이십년 전 흉가의 한 사람이 쥬만지 보드게임을 발견한 뒤, '요즘 누가 보드게임을 한다고'라며 내팽개치고 팩게임을 하다 팩으로 변한 쥬만지를 실행시켜 게임 속으로 빠져든다는 설정이다.
글쎄.
게임 속에서 반복되는 npc로 웃음을 주고 여럿의 목숨을 가지고 진행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과거 SNL에서 소재로 사용한 GTA시리즈가 훨씬 웃음을 줄 것이다.
영화는 뭔가 애매한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다 끝난다.
용기 없는 범생이는 육체파 탐험가가 되고, 자신감 없는 소녀는 격투에 재능을 가진 미녀가 되며, 외향적이고 아름다운 소녀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되고 건장한 미식축구 선수는 작고 약한 조수가 된다.
이 자체에서 웃음과 의미를 얻기에 우리네 환경은 너무나도 많은 웃음과 아이디어들을 이미 맞이했다.
별다른 감흥도 주지 못하고 그 내용들로 영화의 절반이 흘러가는 것은 너무나도 과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어어어 하다가 이미 하나의 레벨을 통과하는 억지 전개만 반복될 뿐, 신선함이 없다.
그저 원작 쥬만지의 인기에 편승하는 아류작에 불과하다.
헐리우드 영화이기에 잘 갖춰진 CG.
헬기 씬과 바이크 추격 씬 등 잘 만들어진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단지 그 영상을 보기 위해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기에 이 영화는 재미가 없다.
아주 후한 점수를 준다면 딱 청소년 교육용 영화라고 할까.
억지로 욱여넣어 만들던 옛 세대의 '착함, 용감함, 다른 사람을 볼 때의 배려' 따위를 눈으로 보고 익히게 만드는 교육용 영화.
정말 90년대에 발매했어야 할 게임의 시나리오에 맞춘 영화인지라 영화가 끝난 뒤 도대체 이 영화를 왜 봤어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글쎄.
영화가 아닌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는 느낌으로 본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국내 4대명작에 버금가는 영화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의 축복받은 눈이 부러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