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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언터처블

새 JTBC 주말드라마 언터처블.

얼마 전까지 방영되었던 사랑의온도에 관해 리뷰를 할까, 새 드라마를 볼까 고민하다 유일하게 단 하나 보는 예능 '아는형님'덕에 이 드라마에 관심이 조금 생겼다.

 

겸사겸사 1,2화를 본 뒤 흥미가 생겨 3,4화를 본 후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됐다.

 

좀 번잡스럽고 조잡하고 식상하게 드라마는 시작한다.

우르르 뛰어다니는 떼거리와

이렇게 피범벅이 된 정 인기분.

시작부터 등장하기에 조연인줄 알았으나 특별출연이었다.

조잡한 정지화면 CG와

참 익숙한데 참 어색하고 정말 오래봤는데 정말 오랫동안 못뜨는 경수진분. 사실, 이 배우가 처음 나오자, 여주인공 배역인 줄 알고 기대감이 떨어졌었다.

연기를 못하는건 아닌데 일일연속극이나 극단의 배우마냥 어색하고, 오글거리고, 뻔한 감이 없지않다. 그게 극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고 채널을 돌리게 하지 않나 생각한다.

드라마와 관계없이 한마디 첨언하자면, 예쁘고, 표정좋고, 예전 단편드라마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꽤나 좋은 드라마였고, 좋은 연기를 봤었다. 개인적으로 브라운관 보다는 스크린이 더 어울릴 법 하다 생각했지만, 또 주연으로 극을 끌어나가는 힘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욕심이 없어보인다고나 할까.

 

특별출연이라는데, 4화까지 심심하면 나온다. 신기했다.

 

 

그리고 타이틀과 함께 시작되는 본편. 조잡하고, 흔들거리는 시야는 불편하고, 컷씬은 3초를 넘기지 못하고 매초 바뀌며, 유리병으로 머리를 깰때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를 끌까 고민했다.

불과 5분여만에 말이다.

 

 

옥상에서 떨어지다 왼쪽 에어컨 실외기 배관잡고 매달리는게 신선해서 봤다. 딱 그만큼의 기대치였다.

 

 

각설하고

이 드라마의 중심이자, 판타지인 '북천시'를 지배한다는 장씨네에서 소집한 '북천회' 자리란다.

손 발 다 사라질뻔했다. 근데, 이렇게 대놓고 B급을 보여주는건 의외로 재미있다.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것에 더 열광하고, 모르는것에 더 흥미를 가진다.

예를들면, 연예인의 카메라 뒤의 모습이라던가, 재벌의 일상생활이라던가, 정치인의 뒷거래 현장이라던가. 하는것들.

 

 

이 드라마는 박근형이라는 배우가 참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퇴장한다.

 

나라 외적인 힘까지도 보여주고자 함인지, 그래서 '한국'밖의 것 마저도 가진 북천시를 비추기 위함인 것인지, 아니면 '친일'을 겨냥한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저 박근형, 최종원 두 배우가 부딪치는 씬은 왜 배우가 나이들어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촬영일정에 맞추지 못하는 때가 오더라도 존경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었다.

 

젊은 배우, 잘생기고 예쁘고 멋있는 배우들에 열광하지만, 노년의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종합적인 연기가 분명 있다.

여기서부터 조금은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일단 단점이 너무 뚜렷하다.

 

소위 말하는 '사이다' 와 '고구마' 론에 의하면, 이 드라마는 구시대적인 고구마를 주구장창 먹이고 먹일 것이다.

주인공 진구는 드라마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결혼한 아내를 잃고, 그 아내의 이름도, 직업도 모두 거짓이며, 과거 본인의 가족이 아내의 아버지를 죽게하고, 사건을 은폐하고, 나아가 아내까지 죽였다는걸 알게된다.

형에게, 과거의 동거녀이자 형수에게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묻거나 대답을 강요한다면 모든 전말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홀로 캐내고 말겠다며 본가로 돌아가고, 형의 보여주기식 설정에 가슴이 흔들리는 모지리로 나온다. 결국, 캐릭터를 녹여내지 못하고 그러내야하는 각본이나 연출의 한계다.

분명, 뒷 이야기를 보면 좀 더 잘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매우 낮다.

 

진구의 형이자, 동생에게 열등감을 가진 형으로 등장하는 김성균은 아버지의 폭력앞에 다리에 힘이풀려 주저않아 오줌을 지리고마는 꼬마였지만, 여자의 등에 죽을 사(死)자를 인두로 지져 새겨넣는 악취미를 가진 북천시의 3대 왕으로 등장한다. (인두가 아니라 문신기계를 들고있는줄 알았다. 대사가 아니라면 쭉 그렇게 생각했을듯.)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은 왜 다 폭력적이고, 가학을 즐기며, 피와 똥내를 풍겨야만 하는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접어둔다면,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그러했다는 명분하에 군림했다고 치지만, 그 권력을 물려받게되는 아들들은 그 굴레를 치를 떨며 지우고 싶어하거나, 과실만 오롯이 남겨 권리만 누리고자 한다.

 

그런 이야기다.

 

결국 쟁점은 동생이 형을 꺾을 수 있을까.

법은 법 밖의 사람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권력 앞에 무릎꿇거나 권력을 쫒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날 때 부터 주어진 힘의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엔딩이 훤히 보인다고 할까. 반전이 있다고 해도 기대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저, 미니시리즈인듯, 일일연속극인듯, 싼마이인듯, 혹은 뭔가 있는듯, 알쏭달쏭한 면이 이 드라마를 그래도 4시간가량 보게 한 원동력이다.

 

내 기대치가 낮았던 것도 있고.

배우 경수진을 간만에 본 것도, 배우 진구를 호감있게 본 것도, 아이돌 검사가 나름 캐릭터를 만들어 온 것도, 박근형이 짧고 굵게 등장한 것도 이유라 할 수 있을거다.

 

아, 고준희. 고준희라는 배우는 참,

깨끗한 인상이 주는 깔끔함이 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배우로는 이다희가 비슷할까. 아니,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무튼 이 배우는 매우 확실한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어느 배역이건 실망보다는 편안함을 준다. 타고난 배우상이라고나 할까.

 

 

호쾌한 액션보다는 뭔가 그냥 해야되는 액션같은 느낌이라, 홍보성 멘트와는 다르게 썩 대단해 보이진 않는다.

 

'북천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얼마나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이 드라마의 몰입과 흥미도를 결정할 수 있는 요소이다.

 

아마도, 나 개인은 이 드라마를 몇화는 더 보겠으나, 엔딩까지 시청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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